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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 왕의 자취를 되밟다 ㅣ함월산 왕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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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림사 작성일16-11-04 09:54 조회6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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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오색 터널 ‘석굴암 가는 길’ 영국 찰스 왕세자도 감탄 했지요
[중앙일보] 입력 2016.11.04


| 경주의 만추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은 그윽한 숲길로 연결돼 있다. 경주 시민만 아는 명품 단풍길이다.

경주로 떠나는 단풍여행은 그윽한 숲길 두 곳을 느긋이 걷는 일이었다. 불국사와 석굴암을 잇는 토함산 숲길과 함월산 수렛제를 넘는 고갯길은 굳이 신라 역사를 몰라도 걷기에 좋은 길이다. 경주 시내를 내려다보는 두 산 단풍이 이렇게 곱고 화려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왕의 자취를 되밟다  | 함월산 왕의 길

신라시대 경주 시내에서 동해 바다에 닿으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 있었다. 함월산(584m)이다. 지금이야 터널도 뚫고 도로도 놔서 함월산을 넘지 않아도 바다로 나갈 수 있지만, 신라시대에는 오로지 산을 넘어야 바다를 품을 수 있었다.

왕도 예외일 수 없었다. 신라 31대 신문왕(?∼692)도 함월산을 넘어 동해로 향했다. 신문왕에게 함월산 고갯길은 아버지를 만나는 길이었다.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멸망시키고 삼국통일을 이룬 30대 문무왕(626~681)이 신문왕의 아버지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선친의 유언에 따라 아들은 경주 양북면 봉길리 앞 동해 바다 한가운데 아버지를 묻었다. 세계 유일의 수중릉인 문무대왕릉이다. 신문왕이 문무대왕릉으로 향했던 그 길이 오늘도 ‘왕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신문왕처럼 산을 타고 바다로 나가려면 추령터널 옆 진입로로 들어서야 한다. 진입로에서 2.5㎞ 정도 산으로 들어가면 왕의 길 초입 모차골에 닿는다. 왕의 길은 모차골부터 선덕여왕 12년(643)에 창건한 기림사까지 편도 5.1㎞ 이어져 있다.

“『삼국유사』에 신문왕이 문무대왕릉에서 궁으로 돌아갈 때 ‘기림사 서쪽 시냇가에 수레를 멈추고 점심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토함산과 함월산 사이 계곡을 따라 기림사까지 이어진 완만한 산길이 그 시대 신문왕이 행차했던 길로 추정됩니다.”

해설사 김영식(36)씨는 추령터널이 개통하면서 인적이 뜸해진 산길을 경주국립공원관리소가 정비해 2012년 탐방로로 개통했다고 소개했다.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아 경주 시민 일부만 드나드는 산책길이란다.

모차골에서부터 운치 있는 산길이 이어졌다. 옻나무·참나무 등 활엽수가 누르스름한 색감을 뽐내고 있었다. 완만한 산길을 오르다 얕은 계곡을 건너고, 계곡을 건너면 푹신푹신한 흙길이 이어졌다. 나무계단이나 시멘트도로 등 인공 조형물이 거의 없어 숲길을 걷는 기분이 제대로 났다. 모차골에서 10분쯤 산으로 들어오니 휴대전화도 먹통이 됐다. 새소리와 계곡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 일행이 낙엽 밟는 소리만 이따금 들려왔다.

숲은 깊었지만 길은 잘 나 있었다. 임금의 마차와 수레가 다녔던 길이었으므로 대체로 평평하고 널찍했다. 마차와 수레가 쉬어갔다는 수렛재, 수레를 끌던 말이 굴러 넘어졌다는 말구부리, 신문왕이 몸을 깨끗이 씻고 갔다는 세수방 등 신문왕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숲 좋고 단풍 좋고 길도 좋은데, 이야기까지 얹혀 있어 지루한 줄 모르고 걸었다.
 
모차골부터 1.4㎞ 떨어진 수렛재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이고 수렛재부터 기림사까지 3.7㎞ 이어진 길은 더 완만한 내리막이었다. 기림사로 들어서기 직전 장쾌하게 물을 쏟아내는 용연폭포를 마주쳤다. 낙폭 3m쯤의 폭포는 주변의 단풍나무와 어우러져 신비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김영식 해설사가 폭포에 얽힌 전설을 말해줬다.

“동해에 다다른 신문왕은 용으로 변한 문무왕에게서 대나무와 옥대를 건네받습니다. 이 대나무로 만든 피리가 신라의 국보 만파식적입니다. 만파식적을 불면 적군이 물러났다고 하지요. 신문왕이 옥대에 붙은 장식을 연못에 넣었더니 용이 나타났다고 전해지는 장소가 여기 용연폭포입니다.”

막힘없이 동해로 흘러가는 폭포수처럼, 신문왕도 역경 없는 신라를 꿈꿨을 것이다. 위용 있는 절이나 번듯한 불상 하나 없는 길 위에서 신라를, 경주의 가을을 제대로 만났다.


<탐방정보>

왕의 길은 모차골에서 기림사까지 편도 5.1㎞ 길이의 숲길이다. 추령터널 입구 옆에 모차골 진입로가 있다. 찻길을 따라 2.5㎞쯤 들어가면 인자암이 나온다. 인자암 오른쪽 공터가 주차장이고, 왼쪽으로 탐방로 입구가 있다. 대중교통으로도 닿을 수 있다. 경주버스터미널에서 감포·어일 방면으로 가는 100·150번 버스를 탄 다음 추령터널 입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추령터널 입구에서 모차골까지 어른 걸음으로 40분 걸린다. 모차골에서 기림사까지 4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 기림사에서 나오려면 기림사 정류장에서 130번 마을버스를 타고 어일정류소에 내리면 된다. 어일정류소에서 100·150번 버스로 갈아 타고 경주버스터미널로 되돌아올 수 있다.

[출처: 중앙일보] [커버스토리] 오색 터널 ‘석굴암 가는 길’ 영국 찰스 왕세자도 감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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